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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타임 목회칼럼> 할로윈을 어찌할꼬 이기형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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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을 어찌할꼬

 

1031, 우리는 종교개혁기념일로 알고 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은 할로윈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우리 국민들에게는 아픔이 있는 날입니다. 2년 전 이태원에 할로윈을 즐기려는 10만 인파가 몰렸는데 159명이 압사를 당하는 참사가 일어났었습니다.

도대체 그까짓 할로윈이 뭐라고 족보도 없는 서양 귀신놀이에 휩쓸려 유행 따라가다 그러냐고 혀를 차시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 유통협회에 따르면 미국인의 2/3이 할로윈에 참여하며 이로인한 소비 효과는 추수감사절을 능가하여 성탄절 다음의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합니다. 세계가 지구촌이 되었는데 그게 남의 나라 축제만은 아닌거지요. 특히 미국에 인접한 캐나다는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할로윈의 기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고대 아일랜드 켈트족의 삼하인(Samhain) 축제에서 왔다고 봅니다. 켈트족의 송년은 1031일인데 죽은 자들이 내세로 떠나기 위해 인간 세상을 찾는데 이 때 악령과 귀신들도 함께 올라와 인간 세상에 심술을 부린다는 겁니다. 그래서 귀신처럼 분장을 해서 자기 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드는 것이 할로윈 커스튬입니다.

그 후 로마가 켈트족을 정복하였는데요, 로마는 죽은 자를 추모하고 특별히 순교자와 성인들을 추모하는 만성절(All Hallows Day)을 만들고 513일로 정했습니다. 이 날이 111일로 옮겨간 연유는 무엇일까요?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선교사들에게 민간의 믿음과 풍습을 없애려 하지 말고 그리스도교 교리로 변환시키라는 칙령을 내렸습니다. 토속 신앙의 기념일을 그리스도교 축일로 대체하였는데, 당시 삼하인 축제를 흡수한 축일은 성격이 비슷한 만성절이었습니다. 835년 교황 그레고리우스 3세는 본래 513일을 111일로 옮겨 순교자와 모든 죽은 신자들을 기념하는 날 만성절로 공표하였고, 자연스레 그 전날인 1031일은 만성절 전야(All Hallows Eve) 할로윈이 된겁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 할로윈을 거부합니다. 귀신을 공포스럽게 나타내든지 아님 친근하게 나타내든지 귀신에 대한 왜곡된 표현들은 영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줄 것입니다. 영적 세계에 대해 둔감하거나 무지한 사람들은 그것이 별게 아니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영적 세계를 안다면, 사단과 악한 영들이 거대한 조직을 통해 음모를 꾸며서 세상을 장악하려고 시도하는데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교회는 이에 대항하는 이벤트를 열곤 했습니다. 이름하여 할렐루야 나잇, 홀리윈(Holy Win) 같은 행사지만, 이름도 비슷하고 사탕을 나눠주고 게임을 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가하면 이러한 민감한 반응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때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개그는 개그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예능을 다큐로 받지 말자, 그러니까 그저 웃고 즐기자고 하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목숨걸고 달려들지 말라는 겁니다. 놀이와 문화를 너무 종교적으로 접근하면 곤란하다는 것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성탄절을 즐긴다고 예수믿는 것이 아니듯, 귀신이 두려워서 아님 귀신의 존재를 믿기에 할로윈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놀이 동산의 귀신의 집을 즐기듯이 한 여름 공포 영화를 보듯이 그저 놀이일 뿐이라고 합니다.

C.S. 루이스는 [스크루테이프의 편지]에서 사단이 매우 좋아하는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첫째는 사단에 대해서 너무나 무지하고 믿지 않는 사람, 둘째는 사단에 대해서 너무나 불필요할 만큼 관심을 가지고 믿는 사람이라고 합니다. 사단에 대해 무지하고 믿지 않는 사람은 사단에게 이용되기 쉽지만 마찬가지로 사단에 대해 지나친 민감함도 사단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심각한 오류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세상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예일대학교 기독교윤리학 교수 리처드 니버((Helmut Richard Niebuhr)5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준 것이 있습니다. 문화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극단적 견해인 문화와 대립하는 그리스도(Christ against Culture), 문화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극단적 견해인 문화에 속한 그리스도(Christ of Culture), 가운데 균형잡힌 시각은 문화를 변혁하는 그리스도(Christ the Transformer of Culture), 대립론과 변혁론 사이에는 문화와 역설적 관계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in Paradox with Culture), 자유주의자와 변혁론 사이에는 문화 위에 있는 그리스도(Christ Above Culture)가 그것입니다. 그 스펙트럼은 대립론-이원론-변혁론-종합론-자유주의가 있는데 각자의 관점이 있을 겁니다.

어느 입장을 정하든지 무작정 종교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해서 기독교적일 수 없고, 아예 금지한다고 유익한 것은 아니며, 비슷한 흉내를 낸다해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귀신은 없다는 순진한 무지도, 귀신 축제라는 극단적인 과민도 어쩌면 사탄의 작전일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사명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변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 복음으로 세상과 문화를 바꾸는 것입니다.

사탕도 호박도 가면도 죄가 없습니다. '악마를 내쫓을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은 악마를 조롱하고 놀리는 것'이라고 루터가 말했다던데요. 흉측하고 소름끼치는 분장이나 불건전한 놀이는 삼가야 하겠지만, 즐겁고 재미있게 바라보는 유연함도 함께 필요한 듯 싶습니다.

나아가 고대인들이나 현대인들도 죽음과 영적 실체에 대해 무지하기에 그릇된 문화를 만들어 냈다면 그것을 알고 있는 우리는 성경이 말씀하시는 영적 실체에 대해 바른 가르침을 주면서, 그리고 어떻게 영적 전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 오히려 진지하게 바른 가르침을 줄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로 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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