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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타임 목회칼럼> 감사한 죄 운영자 2024-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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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한 죄

 

 

추수감사절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가가 정한 기념일이지요. 그만큼 감사는 인간적인 도리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일 겁니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행해야 하는 덕목이 여럿 있지만 기념일로 정하고 상기시키는 것은 거의 없는데, 감사만큼은 국경일로 정하고 국가가 장려하고 있으니 감사는 정말 중요한 가치라 하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서구사회는 감사가 입에 배어 있습니다. Thank yousorry는 하루에도 수십번 듣고 말할 것입니다. 성경에서는 범사에 감사하라 하셨는데, 정말 그렇게 사는 듯이 보입니다. 감사의 습관을 가지고 살아가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좋은 습관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습관적이 되면 어떨까요? 감사의 표현만큼은 늘 입에 달고 다니지만 어쩌면 무조건 반사처럼 의식없이 나오기도 합니다. 감사를 자주 말하지만 그게 단지 소리일 뿐 마음이 담겨있지 않다면 그것도 감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단지 소리로 끝나버린다면 그것도 감사일까요?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는데도 마음에 별다른 감동이 없습니다. 농경사회처럼 추수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추수감사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 있겠고, 지금도 범사에 감사하고 있으니 요란스럽게 감사할 것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추수감사절은 연휴일 뿐 무의미하게 지나가기도 합니다.

 

감사하다고는 하지만,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감사하는지를 잃어버렸다면 그건 감사가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마음이 담기지 않은 습관적인 감사를 받는다면 어쩌면 모욕감을 느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이번 추수감사절에 하나님께 그런 감사를 드린다면 감사가 죄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님께 감사할 일들을 찾아보면 얼마나 많습니까? 이것도 저것도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혹시 감사와 자랑의 차이를 분간하시겠습니까? 나는 감사하다고 늘어놓지만 그것이 자랑이 될 수 있는 것은 거기 들어있는 하나님과 이웃의 몫을 탈취하였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그것을 주실 때 그의 분복으로 주셨기에 즐겁게 누려야 하지만 또한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이웃들과 나누라 주셨습니다. 성경적인 감사 절기는 갖지 못하는 이들과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16:11).

박노해 시인의 감사한 죄라는 시를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평생 기도로 살아온 시인의 어머니는 어리석게도 감사만 하면서 긴 세월을 다 보내고 말았다고 흐느낍니다. 굴곡진 삶에서도 성실하게 살아온 노모는 무엇을 참회하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이 단속반에 끌려가 벌금을 물고

일거리를 못 얻어 힘없이 돌아설 때도, 민주화 운동하던 다른 어머니 아들딸들은

정권 교체가 돼서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어도

사형을 받고도 몸성히 살아서 돌아온

불쌍하고 장한 내 새끼 내 새끼 하면서

나는 바보처럼 감사기도만 바치고 살아왔구나

나는 감사한 죄를 짓고 살아왔구나

 

새벽녘 팔순 어머니가 흐느끼신다

묵주를 손에 쥐고 흐느끼신다

감사한 죄

감사한 죄

아아 감사한 죄

박노해 시인 감사한 죄

 

감사가 죄가 아니라 복이 될 수 있도록, 사는게 얼마나 고된지 허덕이는 그들에게 나에게 주어진 그 작은 것 중에 감사의 나눔이 있다면 세상은 살만해질 겁니다. 그 작은 나눔만으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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