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타임 목회칼럼> 일할 교회를 찾으신다구요? | 이기형 | 2024-09-1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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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일할 교회를 찾으신다구요? 몇 주전 노년의 신사 한 분이 교회를 방문하셨습니다. 두툼한 성경책을 지참하신 것을 보면 오랜 신앙인으로 보였는데, 언행을 상당히 조심스러워 하셨습니다. 신원을 밝히진 않으셨는데 예배 후 식사교제를 권하자 다행히 동년배의 집사님과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주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습니다. 궁금해서 식사를 함께 한 집사님께 그 분이 어떤 분인지를 여쭈어 보았습니다. 너무 뜻밖의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 분은 일할 교회를 찾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다시 안오신걸 보면 우리 교회는 할 일이 없어 보였나 봅니다. 사실 일이 없는게 아니라 사람이 없는데 말이지요. 이런 분은 오늘 우리 시대에 찾아보기 드문 분이 아닙니까? 보통은 은혜로운 교회, 교육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교회, 친구들이 많은 교회, 편하게 신앙 생활 할 수 있는 교회를 찾는데, 일할 교회를 찾는다 하시니, 더군다나 이제는 은퇴할 노신사가 그런 교회를 찾으신다니 참 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귀한 분을 그냥 보내드렸다니 아쉬움이 컸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이미 여러 교회를 다녀 보셨는데, 일할 교회를 찾기가 쉽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캘거리에 교회가 이렇게 많은데, 교회마다 한결같이 일꾼이 필요할텐데, 일할 교회를 찾지 못하셨다는 이야기가 잘 납득이 가지 않았습니다. 물론 아무데서나 일할 수는 없었을거고 나름 마음이 통하고 생각이 같아야 즐겁게 일할 수는 있을테니 심사숙고도 이해가 가긴 합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은 있습니다. 교회에서 하는 주의 일이라는게 뭘까요? 뭘 하고 싶으셔서 그런 교회를 찾으실까요? 글쎄요, 프로젝트나 사업을 벌이는 것일까요? 아니면 어떤 정책을 제안하고 컨설팅을 하는 것일까요? 아마 지나간 시대 어떤 성취를 경험해보신 분이라면 ‘이렇게 하면 된다’는 확신을 가지고 잘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교회에 도움을 주고 싶으셨을지 모르겠습니다. 어떤 분은 선교가 주의 일이라고 확신하고, 또 어떤 분은 구제가 주의 일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닌거 아니겠지요. 사람들이 예수님께 묻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하여야 하나님의 일을 하오리이까?”(요 6:28)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대답하십니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이를 믿는 것이 하나님의 일이니라”(요 6:29) 믿는 것, 믿음이 하나님의 일이라니요. 동문서답 아닙니까? 하나님의 일은 전도라든지, 봉사라든지, 헌신이라든지 어떤 일을 말씀해 주셔야지 믿음은 일이 아니잖습니까?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착각만큼 어리석은게 없습니다. 그게 가당키나 한 생각입니까? 하나님께서 나 아니면 아무 일도 못하시고 일이 안된다고 좀 도와달라 하시던가요? 그럴리가요.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하는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나를 통해 일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그것이 믿음입니다. 그분이 나의 주인되심을 고백하고 나는 단지 일꾼이라는거, 나에게 베풀어주신 사랑과 은혜에 감격하고 나같은 이를 불러주셨으니 기쁨으로 자원함으로 섬긴다는거. 일꾼이라면서 주인 노릇하려는 사람들도 간혹 있습니다. 믿음으로 하지 않으니 사업이 되고 결국 자기 영광과 영향력을 행사하려 합니다. 그는 성공해도 실패입니다. 그건 주의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칼럼을 마치려다 보니 이 글이 노신사에게 하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다 싶어서 해명을 해야겠습니다. 저는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어서 그 분의 생각을 모릅니다. 그러니 오해하지 마시고 일거리가 필요하시다면 우리 교회를 찾아 주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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