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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타임 목회칼럼> 인생의 가을을 맞으면서 이기형 202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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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을을 맞으면서

 

서울 하남교회에서 주최하는 아름다운 동행 행복한 목회자 세미나 광고를 보았습니다. 해리슨 핫스프링 리조트에서 23일 경비를 무료이고 교통비도 지원한다고 합니다. 어려운 목회 여건에 지치고 탈진한 목회자들을 초대하여 마음다해 섬겨준다고 합니다. 밴쿠버까지 가기엔 엄두가 안나긴 했지만 그래도 가보면 좋겠다는 관심이 생겼습니다.

 

신청 자격 요건이 있더라구요. 55세 이전, 건전한 교단 현직 목회자 선착순 20. 평소에 나이 제한에 걸릴거라고 상상도 안했지만 그래도 제가 50은 넘은거 같아서 내 나이가 얼만가 헤아려 보았습니다. 아무리 손가락을 헤아려도 55세를 넘어갔습니다.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날이 올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말입니다.

 

주최측은 왜 55세를 정했을까요? 그 정도 되었으면 이제 왠만한 일에는 흔들리거나 지치고 탈진할리 없을거라는 믿음이 있어서일까요? 아니면 55세를 넘으면 낡은 밧데리처럼 아무리 충전을 해도 금방 방전되기 때문에 효율이 떨어져서일까요? 55세를 넘기면 뭘 가르쳐도 달라지거나 변화할리 없고 변하지도 않는 어르신이 되어서 그런 걸까요?

 

지인과 함께 맥도널드를 갔는데요, 그 분이 제 커피를 주문하면서 시니어 커피를 주문하더라구요. 아니 그 몇 센트 아끼자고 아직 나이도 안되었는데 시니어 커피를 주문하냐고, 키오스크 주문이지만 정직해야 한다고 훈계를 했지요. 그랬더니 그분 하시는 말씀 목사님, 55세 넘지 않았어요?” 맥도널드, 데니스, KFC55세부터 시니어로 우대한다는 겁니다. ‘아니, 내가 시니어라고?’ 또 한번 충격이었습니다.

 

어느새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푸른 잎새는 노랗게 물들고 성급한 나무는 벌써 낙엽을 떨구고 앙상한 가지를 드러냅니다. 인생의 가을도 그렇게 급작스럽게 찾아오는듯 합니다. 아직은 젊은거 같은데... 그럼요, 시골 마을에서 55세는 청년회장이지요. 그러나 그건 자기만의 착각일 뿐이지 누구도 55세를 젊은이라 인정하진 않지요.

 

인생의 가을에는 아름답게 단풍도 들고 탐스러운 열매도 열려야할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넓은 품의 아량이나 인생의 깊이 뭐 그런거 말입니다. 젊은 날, 인생 길의 고민을 묻고 지혜를 얻을 어르신을 만나지 못했다는게 슬픔이었습니다. 지금은 더욱 슬픕니다. 내가 그 나이만큼 어른이 되지 못해서 내 자신과 후배들에게 미안하고 안타깝습니다.

 

노사연은 그의 노래 바램에서 우린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익어가는 겁니다라고 노래합니다. 누구나 희망사항이 아닐까요? 세월에 맡겨 늙어가는 것을 젊은이들은 꼰대라 표현했습니다. 자기가 기준이 되어서 달라지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달라지라 가르치는 사람들입니다. 배우려 하지 않고 변하려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젊은 날 그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니까 이제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구요.

 

익어가는 것은 변화입니다. 속빈 강정처럼 쭉정이가 알곡으로 채워집니다. 떫고 맹맹한 맛이 독특한 맛을 내고, 그 빛깔도 선명해집니다. 사람에게서 사람의 맛과 향이 납니다. 인격이 달라짐은 얼굴에도 나옵니다. 링컨은 마흔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 마흔 이후의 얼굴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고 했는데 55세가 넘으면 더욱 그래야 하는게 아닐까요?

 

아직도 어른이 되지 못해 슬프고 미안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익어가면 그나마 낫지 않을까요? 알곡은 창고에 들어가지만 가라지는 불에 태워질 뿐입니다. 릴케(Rainer Maria Rilke)는 가을날에 이렇게 기도합니다. “마지막 과실을 익게 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햇볕을 주시어 그들을 완성시켜, 마지막 단맛이 짙은 포도주 속에 스미게 하십시오우리에게 주시는 이 가을 햇살이 주님의 은총입니다.

 

이기형목사(캘거리 하늘가족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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