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칼럼

  • 홈 >
  • 하늘가족양식 >
  • 목회칼럼
목회칼럼
<디스타임 목회칼럼>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 이기형 2023-05-27
  • 추천 1
  • 댓글 0
  • 조회 153

http://gajok.onmam.com/bbs/bbsView/6/6253299

아버지와 아들과 손자

 

43년 전 518.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현장에 없었던 이들은 잘 모르실 겁니다. 그렇다고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습니까. 피해를 입은 분들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수많은 자료들이 그 날의 참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역사는 그 날을 5.18민주화운동이라 명명했습니다. 그 용감한 저항과 값진 희생으로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꽃피워졌으니 우리는 광주에 큰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5.18의 중심에는 5·18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전두환씨가 있습니다. 전두환씨는 1996년 재판에 회부되어 내란죄 등으로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았고 결국 무기징역으로 확정되었지만, 특별 사면과 복권을 받았습니다. 전두환씨는 그 많은 재판에서도 광주에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거나 사과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21년 향년 91세로 별세합니다.

 

지난 2021년 봄에 전두환씨의 차남 전재용씨가 극동방송을 통해 교계에 소개되었습니다. 교도소 복역 중에 소명을 받고 출소 후 신학을 공부하며 전도사로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는 탈세 혐의로 기소되어서 벌금 40억이 확정되었지만 벌금을 낼 수 없다고 28개월 동안 교도소 노역으로 수감되었습니다. 수감중 김양재목사의 책에서 큰 은혜를 받았고 결단하게 되었다는 간증이었습니다. 그는 신학교 입학과 함께 내노라는 대형교회인 그 교회 목양 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합니다.

 

그의 방송 간증은 특이합니다. “세상적인 핑계나 변명을 다 떠나, 문자 그대로 음행으로 만나 부부가 된 우리이기 때문에 각자의 죄를 들고 방송이라는 빛가운데로 나와서 십자가에서 잘 죽어지는 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란 것을 부부가 한마음으로 묵상하게 됐고 나오게 됐다고 합니다. 음행으로 만나 부부가 되었다는 것도 인정하고, ‘진짜 회개할 것밖에 없는. 지은 죄밖에 안 보이는, 입을 닫을 수밖에 없는 인생임을 고백할 때, 나아가 전두환씨가 자기가 섬기는 교회에 출석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말을 들을 때는 참 은혜로웠지요.

 

그런데 방송에 나와 죄인됨을 고백하는 것이 십자가에서 잘 죽어지는 것일까요? 귀를 막고 역사의식이 없어서 자기 아버지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쳐도, 자기가 재산을 은닉하고 황제 노역으로 대신한 죄는 이미 깨끗해졌다고 생각한 걸까요? 음행으로 가정을 이룰 때 고통받던 이들에게 먼저 진정한 사죄를 청했을까요? 독재자의 자식으로 부귀 영화를 누려왔으면서 그가 말하는 회개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우리는 모두가 죄인이라 누가 누구를 정죄할 수 없으며, 말 한마디면 모든 죄가 용서받는다는 그 값싼 용서의 논리는 오늘날 고통으로 짓눌린 피해자들에게도 복음이 될까요? 십자가의 숭고한 속죄가 이렇게 조롱거리로 전락하게 되어도 은혜롭기만 하면 괜찮은 걸까요? 그게 회개일까요? 무엇을 회개했고 어디에서 구원을 받았다는건지, 그리고 전도사로 무엇을 전한다는건지 도무지 아리송합니다.

 

지난 2023년 봄에 전두환씨의 손자 전우원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5.18 당시 태어나지도 않았던 그가 할아버지를 독재자요 학살자로 규정하며 은닉 재산에 대해 폭로합니다. 그리고 광주를 찾아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고 전두환씨의 가족으로는 처음으로 추모식에 참석합니다. 전두환씨의 가족들은 철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그의 아버지 전재용 전도사는 아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어서 그런 거라 치부했습니다. 가족들은 무지하거나 정상적이지 않는 행동이라고 그를 무시하면서 외면한 겁니다. 누가 무지하고 정상적이지 않는지는 각자가 알아서 판단하시겠지요.

 

그런데 전우원씨의 인터뷰를 보면서 느낀게 있습니다. 그는 교계 방송과 인터뷰한게 아니지만 그의 인터뷰는 간증입니다. 회개와 십자가는 내세우지 않지만, 그가 그렇게 용감하게 행동한 그 배후에는 하나님이 계심을 밝힙니다. 보통 인터뷰에 사용하지 않는 자기가 죄인이라는 단어는 종교적인 언어로서 죄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광주에 내려가 고개를 숙이지 않았어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뭘 몰라서 그랬다 치더라도 그의 진심어린 사과에 광주는 마음의 빗장을 풀어줍니다. 십자가의 화해가 그런거 아니겠습니까? 용서는 사과를 전제합니다. 하나님 앞에 회개도 사람 앞에 참회가 우선되어야 합니다. 정말 그래야 합니다.

 

이기형목사(캘거리 하늘가족교회 담임) 

 


 

    추천

댓글 0

자유게시판
번호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디스타임 목회칼럼> 목회자 이중직 유감 이기형 2023.07.01 1 217
다음글 <디스타임 목회칼럼> 꿈 너머 꿈 이기형 2023.05.02 0 1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