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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현목사의 영화보기 <택시운전사> 운영자 2017-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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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운전사 

A Taxi Driver, 2017

택시운전사-포스터.jpg
장르 : 드라마
제작 : 한국 

시간 : 137분 
개봉 : 2017 .08.02
 
감독 : 장훈
주연 : 송강호(김만섭), 토마스 크레취만(위르겐 힌츠페터(피터)), 유해진(황태술)


  
 “복음서는 목격자들의 증언이다.” 영국의 저명한 신학자 리차드 보컴의 주장이다. 복음서는 예수의 가르침과 행적을 보고 듣고 목격한 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기록했다. 그리고 그것이 역사다. 복음서의 저자들은 로마 제국이라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신변의 위험을 무릅쓰고 목격자들의 증언을 기록했다. 또한 목격자들은 자신들이 보고 들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예수께서 행하신 놀라운 기적을 목격했고, 그 분의 가르침을 들었고, 그 분이 지신 참혹한 십자가를 보았고, 그 분의 부활도 보고 경험했다. 자신들이 목격한 바로 그 사건들로 인해 인생도 변화되었다. 그러니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 이 사건들의 외부자에 불과했던 제사장들, 로마의 정치인들은 이 사건을 감추고 은혜하려 애썼다. 그들은 돈으로 병사들을 회유했으며, 목격자들인 제자들을 박해하고 죽이고 감옥에 가두려 했다. 목격자들은 알리려 했고, 가해자들은 숨기려 했다. 내부자는 알리기 원했고 외부자는 은폐하려 했다. 물론 숨기운 것은 드러나고 감추인 것은 나타난다.
 
 택시 운전사는 목격자의 이야기다. 보고 듣고 경험한 바를 알리고자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다. 1980년 5월 그 날 광주에 있었던 사건을 두 사람은 목격했고, 그 목격한 바를 세상에 알리고자 했다.
 
 위르겐 한츠페터는 독일의 기자다. 그는 일본에 머물렀던 파견 기자였으나 동료로부터 한국에서 심각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한국으로 향한다. 그의 말처럼 “기자이기 때문에 사건이 있는 곳으로 갔다.” 기자의 본업이 목격하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것임을 그는 자신의 행동으로 입증한다.
 
택시운전사2.jpg 이후 피터는 사람을 구하고 광주로 들어가기 위해 택시 기사를 구한다. 피터는 기자로써 객관적 사건을 취재하고 알리기 위해 광주로 들어갔다. 그러나 광주에서 그는 사건들과 사람들을 만나면서 객관적 기자가 아닌 거기서 일어난 일의 경험자로 변모한다. 그의 카메라는 객관적 시선에서 점차 주관적 연민으로 바뀐다. 병원에서 피터가 카메라를 더 이상 들지 못한 채 눈물 흘리는 장면이 바로 그러하다. 피터는 자신이 목격한 사실을 더 이상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그 사건 속으로 들어가 동참한다. 이것이 목격자의 중요한 변화다.
 
 한편 생업을 위해 택시를 모는 만섭은 뜻밖의 제안에 선뜻 응한다. 서울에서 광주까지 다녀오면 10만원을 받는다는 조건이다. 당시 일반직 공무원의 월급이 대략 10만원이었으니 거의 한 달 수입과 맞먹는다. 게다가 만섭이 밀린 방세가 10만원이다. 만섭은 먹고 살아야 하는 생활고에 앞 뒤 가리지 않고 외국인 기자 피터를 태운 채 광주로 향한다. 물론 만섭은 광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신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지 알지 못한다. 그의 관심사는 낯선 손님을 태워다 주고 10만원을 받는 것 그 이하도 이상도 아니다.
 
 피터와 함께 동행한 만섭은 우여곡절 끝에 광주로 들어가고 거기서 일어난 일들을 목격하게 된다. 물론 그가 광주로 가기 전 그는 대학생들이 하라는 공부는 하지 않고 쓸 데 없이 데모나 하고 돌아다닌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가 목격한 광주의 일은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조금씩 바꾸어 버렸다. 이데올로기도 아니고 거창한 생각도 아니다. 단순한 목격, 사람이 사람을 죽이고 때리고 억압하는 현장 그것이 그의 생각을 바꾸었다.
 
 그저 돈이나 받고 위험한 현장을 빠져 나가고 싶었던 만섭은 서울로 복귀하던 중 순천 어디선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국수를 먹던 중 생각이 바뀐다. 그가 남겨 놓고 온 손님, 피터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광주의 사람들에 대한 미안함이 그로 하여금 다시 발길을 돌리게 한다. 단순한 목격, 그리고 그 목격한 사건에 대한 의무ㅡ 단순한 인간성의 의무가 그로 위험한 현장으로 향하게 한다.
 
 영화는 목격자와 타인, 내부자와 외부자의 시선을 교차적으로 보여준다. 진실을 목격한 자들과 진실을 외면하는 자들, 그리고 진실을 감추려 하는 자들의 다른 시선을 담담히 보여준다. 결국 목격자는 증언하려는 마음을 가지게 되고, 보지 못한 자들은 관심이 없다.
 
복음서처럼, 택시 운전사도 목격자의 시선, 목격자의 증언을 다루었다. 그리고 그 목격자들의 증언이 오늘 우리에게 말한다. 오늘 우리에게 반응하게 한다. 그 현장에 없었던 우리, 시공간적으로 다른 오늘 우리는 목격자들의 증언 앞에 서 있다. 그것을 받아들일지, 거부할 지는 물론 우리 각자의 몫이다. 그러나 진실은 드러나고 감춰진 것은 밝혀지며 사실에 대한 증언은 인구에 회자되며 역사를 만들어 갈 것이다. 아마도 영화의 흥행 여부가 목격자들의 증언에 대한 진실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그 증언을 들을 준비가 되었는가?



김양현 목사.jpg

본 글을 기고한 김양현 목사는
서울 영천교회 청년 담당목사로 영화와 신앙의 통섭을 꿈꾸는
기독영화평론가이다.
부산 CBS 시네마 톡톡을 오랜동안 진행했으며 현재 각종 신문과
잡지에 기독교적 관점의 영화평을 기고하고 있다.

본 글은 월간고신에 기고한 글을 재연재 하는 것임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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