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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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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타임 목회칼럼> 아미쉬와 레갑 사람들
운영자 2025.11.24

아미쉬와 레갑 사람들

 

오늘 우리는 자동차와 전기와 전화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요? 어딜가도 손에서 셀폰이 떨어지지 않는 현대인들은 전기와 전화와 자동차를 빼앗긴다면 그 세상은 지옥이라 생각할 겁니다. 오늘날 셀폰은 단순히 전화기나 카메라를 넘어 모든 네트워크와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정말 생필품입니다. 전기나 자동차가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오늘날 자본주의의 중심이며 첨단 문명의 선두주자인 미국에서 300여년 전의 생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아미쉬 사람들입니다. 16세기 초 종교개혁이 일어났을 때 스위스에서 급진적인 성경해석에 따라 완전한 정교분리, 무저항 평화주의, 유아세례 반대를 주장하는 교파가 생겨납니다. 재세례파(Anabaptist)입니다. 그들 중에 더욱 원칙주의자였던 야콥 암만(Jacob Amman)의 지도를 받는 무리들이 있었는데 이들을 아미쉬라 부릅니다. 재세례파는 카톨릭과 개신교로부터 혹독한 박해를 당했고 이들은 핍박을 피해 1730년경 신대륙 펜실베니아주 랭커스터 지방에 정착합니다.

 

아미쉬 사람들에게는 '오드눙(Ordnung)'이라는 규범이 있는데, 그들이 지켜야할 관습적 규범과 금기 사항입니다. 이 규범은 명문화된 법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전과 솔선수범으로 전승되어 갑니다. 이들은 오늘 현대인의 삶에 없어서는 안되는 문명의 이기들을 외면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우리는 잘 알기에 이들이 이토록 처절하게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있을지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이곳은 강제 수용소가 아닙니다. 아미쉬 청소년들은 16세가 되면 럼스프린가(Rumspringa)라는 통과 의례를 거칩니다. 공동체를 떠나 세상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 후에 세상으로 나갈지 공동체에 남을지 자발적인 선택을 하는데, 90%는 남는다고 합니다. 그들의 삶의 원리는 단순합니다. 주님의 말씀대로, 성경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기에, 가장 복된 삶이기에, 치열함이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 선택하고 그렇게 살아간다고 합니다. 오늘 우리는 현대 문명 속에서 말씀대로 살기보다 세상의 가치와 물질을 숭배하면서 여전히 세상의 안락과 쾌락을 떨치지 못하며 사는게 아닌지 싶습니다. 마음에는 원이로되 육신이 약하다고 합리화하면서 말입니다.

 

예레미야 선지자가 사역하던 때는나라의 운명이 거의 기울어지던 때입니다.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선지자를 보내지만 예루살렘과 유다는 귀를 막고 듣지 않습니다. 이 시기에 하나님께서 예레미야 선지자에게 레갑 사람들을 성전에 초대하여 포도주를 대접하라는 명령을 내립니다.

레갑 사람들은 본래 광야에서 살던 미디안 민족인데, 그 중에 겐 족속이 있었습니다. 모세의 장인 이드로가 겐사람이었습니다. 이들은 이드로를 통해 하나님을 만났고 그 후 이스라엘에 들어와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특히 레갑의 아들 요나답은 예후가 혁명을 일으켜 바알을 진멸할 때 함께했던 2인자였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바알을 진멸한 예후였지만 금송아지 우상은 없애지 못하고 굴복합니다. 이를 본 요나답은 세속에 물들지 않도록 몇 가지 규례를 정해 후손들에게 지키게 합니다. 첫째 포도주를 마시지말라. 둘째, 집을 짓지말고 파종하지 말고 포도원도 갖지 말라. 셋째, 평생 장막에서 살아라. 물질의 욕망과 탐욕에 사로잡히지 않고 철저하게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가도록 엄히 명한 것입니다.

 

후손들도 요나답이 무슨 말을 하는지 충분히 이해했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집을 짓지 않고 장막에 살며 씨뿌리지 말고 포도원도 갖지 말라니, 그럼 어떻게 살아가라는 겁니까? 너무 극단적인거 아닌가요? 의미를 알고 살아가면 될 터인데 꼭 그렇게 살아야 할까요?

 

요나답의 후손 레갑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50년이 흐르는 동안 후손들은 요나답의 명령을 지켜 내려왔습니다. 당연히 예레미야가 건네는 포도주도 거부합니다.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불편할지 우리는 상상도 안됩니다. 하지만 레갑 사람들은 집이 주는 안락함이나 포도주가 주는 즐거움 보다도 하나님의 품 안에서 누리는 평강과 참된 기쁨과 희락이 더 중요했고, 포도원을 소유하고 재산을 증식해 가는 즐거움보다 하나님이 기업이 되시고 책임져 주심을 믿고 그 안에 거하는 삶이 더욱 가치있다고 믿기 때문에 250년을 그렇게 살아왔던 것입니다.

 

아미쉬도, 레갑 사람들도 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 임에 틀림없습니다. 어쩌면 세상을 도피하고 자기들만의 세상에 안주하는 비겁한 이들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도 하늘나라 시민권을 가지고 본향을 찾아가는 순례자들로 딴 세상 사람들이 아닙니까? 우리가 이 세상에서 딴 세상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이 자신 없다면 차라리 아미쉬처럼 이 세상을 떠나 살아가는 것이 더 나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이 세상 가운데 우리를 두셨으니, 세상을 떠날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적으로 살아가서도 안됩니다. 세상에 살지만 세상에 속한 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in the world, but not of the world). 이 시대의 레갑 사람들이 아미쉬일 수 있지만, 세상을 떠나서가 아니라 이 세상 속에서도 레갑 사람들로 살아가는 오늘 우리가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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