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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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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타임 목회칼럼>성남주민교회
이기형 2025.6.25

성남주민교회

 

우려했던 대통령 선거가 무사히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시작되었습니다. 주권을 가진 국민들은 누군가에게 투표해야 합니다.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이번 대선은 79.4% 28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할만큼 열의가 뜨거웠습니다. 주권자들은 누구에게 투표했을까요? 국가를 잘 이끌어갈 능력있는 사람이라 말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투표장에서는 나의 이익이나 이념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에게 손이 갈 겁니다.

 

기독교와 교회는 누구를 지지할까요? 개신교회는 카톨릭과는 달리 중앙집권도 아니고 교단이나 연합기구가 있다해도 그들이 모든 교회를 대표한다고 하기에는 무리수가 따릅니다. 그럼에도 유명세를 타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일부 극성스런 정치 목사들의 움직임이 기독교를 대변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그럼 그들은 누구를 지지할까요? 역시 교회의 이익이나 이념을 잘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지난 20대 대선에서 대형교회 목사님은 윤석열 후보를 대놓고 지지했습니다. 그를 둘러싸고 안수기도 해주던 사진이 일간지를 장식했습니다. 윤후보 역시 권력을 잡는데 교회를 이용했습니다. 손바닥 왕자를 새기고 각종 무속 논란을 일으켰지만 주일에 대형교회를 찾아 예배를 드리고 신실한 신앙인인양 흉내낸 겁니다. 정치인들의 종교는 대한민국 4대 종교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스스로 분당의 대형교회 성도라고 했지만 그 교회가 현재는 아니라고 사실 관계를 확인해 주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정치와 종교는 서로 좋은게 좋다고 공생관계에 있지 않나 싶습니다.

 

누구나 자기의 이익을 대변하고 이념을 실현할 후보에게 표를 주는데 교회와 기독교 역시 그렇게 투표한다면 잘못된 것일까요? 사실 정책이나 주장들은 그리 단순하거나 간단한 것이 아니어서 엄밀히 평가하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단편적인 몇가지 주장으로 기독교적인지, 혹은 반기독교적인지를 생각하기도 합니다.

 

다만, 교회가 이익단체처럼 자기들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은 교회의 공적 책임을 도외시하는거 같아 아쉽기도 합니다. 교회는 이익을 내는 집단이 아니라 하나님의 공의와 공평을 이 땅에 실현하는 하나님의 손길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권력을 이용해서 뭔가 이익을 얻으려 하지 않아도 하나님의 진리와 공평이 교회의 힘이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유튜브에서 이번 21대 대통령 후보인 이재명 후보가 마지막 날 유세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 장소가 알려지지 않은 성남의 작은 교회였습니다. 성남주민교회. 기독교인들의 표를 의식했더라면 대형교회를 찾아가야 했을텐데, 왜 하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성남의 작은 교회였을까요?

 

이재명 후보는 지난 427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 "2004328일 오후 5, 성남시청 앞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에서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기득권자들이 좌절시킨 시립 공공병원의 꿈을 성남시장이 돼서라도 이뤄보고자 정치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습니다. 성남주민교회는 이재명 정치의 출발점이었기에 마지막 유세에서 그 초심을 되새기기 위해 성남주민교회를 선택했을 것입니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소년공 이재명은 검정고시로 법대에 진학하고 우수한 실력으로 연수원을 나왔지만 그는 자기의 형제들인 노동자들의 아픔을 외면할 수 없어 보장된 판검사의 길이 아니라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었다고 합니다. 어울러 시민운동가로 활동했는데 성남시립병원 설립에 앞장서다가 특수공무방해죄로 수배가 되고 그 때 숨었던 곳이 시의회 맞은편에 있었던 주민교회 지하 기도실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교회는 빈민운동, 노동운동,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던 사람들에게 피난처가 되었었습니다. 기독교는 기득권자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이용해 뭔가 이익을 얻으려는 이익단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앞장서기도 하고 앞장서 나가는 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은신처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꿈꾸시는 세상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은 교회를 사용하시려 하지만, 정작 교회는 그 세상을 이루어가기 위해 권력과 기득권 세력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정치인 이재명의 산실이 성남주민교회였다면, 오늘날 교회도 또 다른 누군가를 키워낼 수 있도록 보듬어주는 생명의 터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이념을 떠나 약자들의 눈물 닦아주고 그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교회, 그런 교회를 세상에서도 기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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