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스타임 목회칼럼> 어른 김장하, 그리고
- 이기형 202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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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김장하, 그리고
국어사전에서 어른이라는 단어를 찾아보면 ①다 자란 사람 ②지위나 나이, 항렬이 자기보다 높은 사람 ③남의 아버지를 조금 높여 이르는 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이 정도의 어른이라면 누구나 저절로 되는거 같습니다.그런데 우리가 기대하는 어른은 ‘귀감이 되는 행동이나 철학을 가지고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존경과 공경의 대상’입니다. 신명기에 나오는 ‘옛날을 기억하라 역대의 연대를 생각하라 네 아버지에게 물으라 그가 네게 설명할 것이요 네 어른들에게 물으라 그들이 네게 말하리로다(신 32:7)’ 그런 어른 말입니다.저도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목사라는 직책으로 강대상에서 교우들에게 가르치다보니 새삼 어른의 무게감에 대한 부담을 느낍니다. 저는 60세를 바라보면서도 어른이라는 생각보다 젊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젊음이 좋아서라기보다 어른에 대한 부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세월에 떠밀려 어른이 되지만 세월은 어른을 만들지 못하기에 부끄럽기도 합니다.최근 주목받는 어른이 있습니다. 어른 김장하. 온 세상의 이목이 헌법재판소에 쏠려 있을 때 헌재소장을 대행한 문형배 재판관 덕분이었습니다. 문재판관은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 김장하 장학생으로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선생을 찾아뵈었을 때 선생님은 나에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고 자신은 이 사회에 있는 것을 너에게 주었을 뿐이니 혹시 갚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이 사회에 갚으라고 하셨습니다. 제가 조금의 기여를 한 게 있다면 그 말씀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어른 김장하’는 2023년 MBC경남에서 제작한 다큐멘터리로 방영되어 백상예술대상 TV부문 교양 작품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영화로도 개봉되었는데, 요즘 넷플릭스에서 그리고 CGV에서 재개봉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김장하 선생을 취재했던 김주완 작가는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책으로 김장하 선생을 소개합니다. “똥은 쌓아두면 구린내가 나지만 흩어버리면 거름이 되어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습니다. 돈도 이와 같아서 주변에 나누어야 사회에 꽃이 핍니다.”영화를 본 사람들은 영화의 장르가 다큐가 아니라 판타지가 아니냐고 할만큼 김장하는 세상을 역행하여 살아냈습니다. 김장하 선생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간신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한약방에 취직할 수 밖에 없었지만 주경야독으로 한약업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한약방을 개업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장학금을 주었는데, 몇 명이 받았는지 아무도 모른다고 합니다. 평생 승용차도 없이 검소하게 살았던 김장하 선생은 감히 흉내낼 수도 없는 달나라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그런데 그 수혜자들은 조금이나마 그 어른을 본받아 살아보겠다고 합니다. 문형배 재판관은 지난 18일 퇴임을 하였는데, 일전에 한 인터뷰가 회자되고 있습니다. 헌법 재판관으로 퇴임하였으면 로펌에 이름만 걸어놓아도 수십억은 벌 수 있다는데, 문재판관은 “영리 목적의 변호사 개업 신고는 하지 않겠다. 진주나 하동에 무료 법률 상담이나 무료 변론이나 그런 걸 하면서 살고 싶다”고 말했답니다. 어른 김장하의 가르침이 문형배 안에도 고스란히 살아 있는 겁니다.목사의 호기심은 ‘이 정도면 김장하 선생이 혹시 그리스도인이 아닌가’는 생각을 감히 해보았습니다. 그의 삶은 그리스도인의 삶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타깝게도 기독교와의 접촉점은 전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김장하 선생의 영혼이 불쌍하고 아무리 선행을 해도 구원받을 수 없고 천국갈 수 없으니 그런 삶이 헛것이라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복음이 없어도 어른이라 추앙받는 삶을 살아서 존경을 받고 있는데요. 우리는 복음을 가지고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지 돌이켜 봅니다. 교회 안에 평신도 리더 그룹은 장로 권사가 아닙니까? 교단마다 차이는 있지만 장로와 권사는 최소한의 연령을 넘어야 하고, 교회 생활의 오랜 경륜으로 성도들의 인정을 받아야 합니다. 교회의 어른인 셈이지요. 그분들은 성도들에게 ‘교회생활을 수십년 하면 저렇게 되는구나’ 싶어서 닮고 싶은 열망을 갖게하고 있을까요? 기독교의 인구 분포는 역삼각형입니다. 어른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 이 사회에 어른인 기독교가 미치는 영향은 또 어떤 것일까요?어른 김장하의 영화 포스터에 ‘당신을 만나고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는 글귀가 선한 영향력을 보여 줍니다. 어른 김장하가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감동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조금이라도 그렇게 살아보고자 하는 도전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김장하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진즉 우리에게 가르친 바가 있지만, 그 분은 하나님이라 너무 멀리 계신다고 생각한다면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어른을 통해서라도 어른됨을 이루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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